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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의 추억

아그들아 지네 잡으로 산에 가자.

by 하마타 2023. 2. 26.

지네를 잡아서 용돈을 벌다.

나 얼나 시절에 우리 동네에 지네를 사주시는

아저씨가 몇분 계셨다. 

 

아니 지내는 사서 어따 쓸라고?

개똥도 약에 쓸라면 귀한법인디지내라고 어따 쓸데 없을라고, 요 지내란 놈이

알고보면 강장식품으로 애용되는 녀석인디,

 

지네를 튀겨서 말린다음 가루로 곱게 빻으면

뭐라고 할까,

음 ~ 연한갈색이고, 콩고물 보다 좀 더 진하고

튀겨진 돈까스 튀김옷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맛은 무슨 맛인지 모르겠고 

소금을 넣었기 때문에 간간했다.

 

여튼 지네를 사는 아저씨들이 있다는건

나와 친구들에겐 용돈을 벌 수 있다는 희소식이었다.

80년도 초인데, 한마리당 30원씩이었는데,

그 당신 삼양식품, 소고기라면 한봉지에

100원이었던 시절이니, 코흘리게 

초딩에겐 구미가 당기는 제법 큰돈이었다.

 

자 근데 지네를 잡으려면 어디로 가느냐?

들에 가도 없고, 바다에 가도 없다.

일단 산으로 가야한다.

각티슈만한 돌이 많은 동네 뒷산으로 말이다.

지네는 너무 작은 돌 밑에는 있지 않고, 

너무 큰 돌 밑에도 별로 없다. 돌 싸이즈가 적당히

커야 한다 각티슈만한 돌들에 제일 많았다.

 

자 그럼 지네를 잡으려면 준비물이 필요하다.

아무리 걍 사는 촌놈이라고 손으로 잡아서

호주머니에 넣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지네를 잡을 때 필요한 집게가 필요하고

잡아서 담어 놓을 병이 필요하다.

병에 담아 놓아야 지네가 못 빠져 나온다.

콜라병을 제일 선호했다, 왜냐면 병이

미끄럽고 주둥이가 좁아서 지네가

올라오기 힘들걸랑.

글고 집게는 어디 동네 점빵에서 파는것도

아니고 걍 만들었다. 어지간한건 다 만들어서

사용했다. 자치기 할때 쓰는 자며, 팽이며

낚시대며 다 만들어 사용했다.

 

지네집게 역시 만들어서 사용했는데, 우리동네 뒷산에 너무나도 많은 신우대를 사용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대나무에는 왕대가 있고 신우대가 있다.

왕대는 마디부분이 돌출되어 두껍고,

신우대는 마디가 그냥 줄기처럼

매끄럽다.

신우대

자 그럼 집게를 어떻게 만드는지 설명해보면,

신우대 한마디를 잘라서 절반을 가른다. 절반을 가를때

마디전까지만 가른다. 마디 뒤로 3센치정도 남겨둔다.

그리고 마디전에 길이 3센티정도되는 대나무 조각을

끼워준다. 그리고 마디 뒤쪽을 줄로 묵어준다.

그럼 집게만들기 끝.

지금 대나무가 없어 만들수도 없고,

인터넷을 찾아봐도 그런걸 만들어

쓰는 사람이 없나부다. 

그래서 파워포인트로 대충 자르고 붙이고 해서

과정을 아래처럼 만들었구먼.

대나무집게 만들기

그렇게 지네잡기용 대나무집게를 만들면 일단 준비완료

 

지네는 주로 이른 봄철이 사냥시즌이다.

지네가 아직 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는때니께

돌아댕기는 넘을 우들이 뭔 재주로 잡는단 말인가?

산에 올라가면 적당이 큰 돌이 있는 지역을 선택한다.

 

이제 시작이다.

지네를 잡으려면, 돌 뒤집기 노가다를 열심히 

돌을 뒤집으면 지네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

그럼 집게로 살포시 잡아서 병속에 넣는다.

 

그래도 지네가 병속에서 나오지 않냐고?

물론 가끔 아주 가끔 나와서 사람을 물곤한다.

뭐 물려도 괜찮다. 죽지 않는다. 조금 부을뿐이지만서두.

지네를 넣고 나면 병뚜겅 주둥이는 솔잎을 따서 막는다. 

그럼 지네가 못나오지롱, 

언젠가 한번은 지네 잡으로 같이 간 동네 동생이

지네가 병을 타고 나와서 

머리를 물었다. 

소리치고 난리 난리....ㅋㅋㅋㅋ

엄마 찾고 ,아빠 찾고, 엉엉엉.....

웃긴데 정말웃긴데, 웃지 못했던 그 상황.

그 넘 다음날 만났더니 머리에 뭔가를 붙이고 있다.

뭐냐고 물었다.

아부지가 지네물린데는 된장이 효과가 좋다고.

엄마가 머리에 된장을 떡하니 붙여주셨다나....ㅋㅋㅋ

그때 그시절엔,,,된장이, 간장이 음식이고 약이었어...

지네 잡을때 돌을 뒤집는데 가끔은 내가 뒤집어 지는 경우도 있다.

왜냐고?

대가리 세모, 살모사가 있거나,

몸이 거무튀튀한 독사가 나올때다.

그 땐 내가 뒤집어진다. 

왜? 물릴까 무서버서.

뱀, 정말 싫다. 

뱀을 발견하고 놀라면, 이때부터 투석전이 벌어진다.

주변에 있던 친구들, 동상들이 돌하나씩 들고와서

인정사정없이 뱀을 향하여 돌을 던진다.

"누군든 죄없는자 저 뱀에 돌을 던져라!" 도 아니고

뱀은 뭔 죄당가.

아닌밤에 홍두깨도 아니고, 

곤히 자다가 날벼락 맞은 케이스.

그 때 우덜 손에 죽은 여러마리 뱀들아

미안하다. 우리는 어렸고 니들이 무서벘어.

이해해주소. 담생엔 사람으로 태어나소. 

 

한참동안 지네를 잡고나면 20~30마리정도는 잡는다.

그걸 가지고 동네 아저씨게 팔아서 

100원짜리 몇개 들고 

룰루랄라.....동네 구멍가게로 돌진...

먹고시퐀던 불량과자 입에 물고나면 

어찌나 행복했던지....

그 땐 싸구려 불량과자만으로도 참 행복했다.

피천득행님 '가난한 날의 행복'이라고 읽어는 

봤을랑가 몰라. 학교 다닐때 교과서에 나온건디.

가난해도 행복해따....뭐 이런건데.

'왕후의 밥 걸인의 찬' 시험문제 자주나왔음

 

그땐 정말 가난해도 행복해따...

왜냐고? 다들 비슷했걸랑...

우리집이나 옆집이나, 앞집이나 뒷집이나...

코찔찔이가 뭘 알았간,,,

밥묵고 배부르고 가끔 불량식품 먹으면

그게 행복이었제.

암만 그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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