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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차사' 뜻

by 하마타 2024. 4. 3.

함흥차사

함흥은 우리나라 북쪽 끝에 있는 고을 이름입니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는 함흥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태조는 우리 민족을 괴롭히는 여진족도 몰아내고

왜구도 물리쳤습니다.

 

그러다가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세워 임금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임금 자리를 아들에게 넘겨준 태조는

함흥으로 돌아와서 살았습니다.

 

함흥에서 살고 싶은 게 아니었습니다.

자식들이 서로 죽이고 난리를 일으키니,

자식들이 꼴 보기 싫어서 한양을 떠난 것입니다.

태조에게는 부인이 둘 있었습니다.

 

첫째 부인은 아들 여섯을 낳았고,

둘째 부인은 둘을 낳아 아들이 모두 여덟 명이었습니다.

아들이 이렇게 많으니 누구에게 임금 자리를

넘겨주느냐로 태조는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다음 대를 이를 임금을 미리 정하는 것을

세자 책봉이라고 하는데,

 

둘째 부인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만 막내가 세자가 되었습니다.

다른 아들들은 화가 단단히 났습니다.

특히 다섯째 아들인 방원이 가장 화가 많이 났습니다.

방원은 군사를 이끌고 가서 세자 방석과 방번을 죽이고,

둘째 형인 방과에게 왕권을 주었습니다.

자기가 금방 임금이 되면 다른 형들이 싫어할 테니까요.

이렇게 해서 조선의 두 번째 임금으로 정종이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정종은 3년 동안 허수아비 같은 임금 노릇을 하다가,

왕위를 넘겨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방원은 조선의 3대 임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사이에 넷째인 방간이 임금 자리를 차지하려고

또 한 번 소란을 일으켰다가, 방원에게 붙잡혀 멀리 귀양을 갔습니다.

 

태종은 왕위에 있으면서 늘 아버지 때문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용서를 빌고 다시 궁궐로 모시려고

신하를 함흥으로 보냈습니다.

이 일을 맡은 신하에게는 ‘차사’라는 벼슬을 주었습니다.

 

차사란 중요한 일을 위해 파견하던 임시직이었습니다.

태조 이성계는 차사가 오면 말도 꺼내기 전에

활을 쏘아 모두 죽여 버렸습니다.

이때부터 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함흥차사’라고 했습니다.

신하들은 차사가 되어 함흥에 가길 꺼려했습니다.

함흥차사가 되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태종도 신하들에게 함흥차사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했습니다.

 

“제가 함흥에 다녀오겠습니다.”

태종이 고민하는 것을 알고 한 신하가 용감하게 나섰습니다.

“아니, 공은 안 되오. 내가 공마저 잃으면 누구와 나랏일을 돌보겠소!”

태종은 펄쩍 뛰었습니다.

“상왕1)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이 일을 맡고자 나선 박순은 이성계와 아주 친한 친구였습니다.

“공은 안 되오. 공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나와 함께해 주었소.”
“제가 꼭 상왕을 모시고 돌아오겠습니다.”

박순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군요. 그럼 몸조심해서 다녀오도록 하시오.”

서울에서 함흥까지는 결코 짧은 길이 아니었습니다.

험한 고개와 큰 강도 여러 번 넘고 건너야 했습니다.
한편, 태조 이성계는 아들이 보낸 차사를 모두 죽였으나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날, 이성계가 대청에 올라 멀리 남쪽을 바라보니

누군가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말에게는 망아지가 딸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오는 차사는 동구 밖에 이르러 망아지를

혼자 나무에 매어 놓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망아지는 어미 말과 떨어지자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대왕마마, 저 박순입니다.”

성 바로 밑에서 박순이 위험을 무릅쓰고 말했습니다.

“지난번처럼 활을 쏠까요?”

이성계 옆에 서 있던 군사가 말했습니다.

“아닐세. 박순은 나와 오랜 친구가 아닌가.”
“정에 약해지시면 안 됩니다.”
“술 한잔 마시고 돌아갈 때 죽여도 늦지 않을 걸세.

난 저 친구와 오랜만에 술 한잔 하고 싶네.”

 

이성계가 말했습니다.

“여봐라, 문을 열어 줘라.”

옆에 서 있던 군사가 소리쳤습니다.
박순이 들어오자 이성계가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어서 오게. 함흥까지 오느라 수고가 많았네.”
“이곳에서 지내기가 적적하지 않으십니까?”

박순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말했습니다.

“자, 한잔 들게.”

술상이 들어오자 이성계가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한잔 올리겠습니다.”
“그러지. 자네와 이렇게 마주 앉아 술을 마시는 것도 꽤 오랜만이군.”
“정말 세월은 물과 같이 흘러갑니다.”

박순이 말했습니다.

“그런데 자네는 왜 동구 밖에다 망아지를

묶어 두고 어미 말만 타고 들어왔나?”

태조 이성계가 문득 생각난 듯 말했습니다.

 

“보셨습니까? 망아지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울고불고 난리더군.”
“동물인 말도 부모와 떨어지면 저렇게 애타게 찾는데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습니까?

이제 그만 노여움을 풀고 한양으로 돌아가시지요.”

박순이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그런 말 하려거든 그만 돌아가게나!”

이성계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이제 궁으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가서 쓸데없는 일 그만두라고 전하게.

나는 여기가 좋네. 여기서 태어났으니, 여기서 죽겠네.”

이성계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임금께서 마음이 편하지 않으십니다.

임금의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는 것이 신하 된 도리입니다.”

박순도 죽을 각오를 하고 당차게 말했습니다.

 

“그런 소리 자꾸 하려거든 어서 돌아가게.

내 여기 심부름 온 자들은 모두 죽여 보냈으나,

차마 자네만은 그럴 수 없어 고이 보내니, 어서 돌아가게.”


“여기서 살아 돌아간다면 임금 뵐 낯이 없습니다.

차라리 죽여 주십시오.”

박순이 고개를 깊이 숙였습니다.

 

“내 어찌 자네를 죽일 수 있나. 어서 돌아가시게.”

 

이성계가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박순은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그러자 이성계를 모시고 있던 군사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전하, 왜 저자는 그냥 내버려 두십니까?”

한 군사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자도 다른 차사들처럼 죽여야 합니다.”

또 다른 군사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전하께서 만드신 규칙을 사사로운 감정으로 어기신다면

차사들이 또다시 올 것입니다.”

군인들이 앞다투어 한마디씩 했습니다.

 

“그대들 뜻이 그렇다면 죽이도록 하라.

그런데 박순은 나의 오랜 친구이니

남쪽 용흥강을 건넜거든 죽이지 말고,

용흥강을 미처 건너지 못했으면 죽이도록 하거라.”

 

이성계는 박순이 용흥강을 건넜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박순 만큼은 살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군사들이 말을 타고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용흥강에 도착해 보니 박순은

막 배에 오르려는 순간이었습니다.

군사들은 박순을 단칼에 베어 버렸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이성계는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아, 하늘도 무심하시지. 사람 목숨은 하늘에 달렸다더니······.”

 

이 일이 있고 난 뒤에도 함흥차사는

모두 돌아오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때부터 심부름을 시켰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을 때 함흥차사’라는 말을 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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